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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ture Capitalist Essays 4 : 좋은 제품이 이기는 시대는 끝났다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2
2026-06-22 13:46:54

요즘 "AI 스타트업은 투자 받을 필요 없다"는 말이 자주 보인다.
바이브코딩으로 혼자 만들고, 광고비 없이 바이럴 시키고, 월 매출 몇천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그 말이 맞는 팀도 있다. 1인 사업으로 충분한 팀이라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전에도 자영업자들은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없었다. 동네 카페가 VC에게 IR덱을 보내지 않는 것처럼, 혼자 돌아가는 AI 사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조금 더 큰 꿈을 꾸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적당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회사에 좋은 사람이 올까. 시장을 가져가겠다는 팀에 가는 게 인재다. 그 팀을 만들려면 자본이 필요하다.

시장을 가져가려는 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4, 한 팀이 소비자향 AI 앱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바이럴이 터졌다. DAU가 한 달 만에 10만을 넘겼다.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퍼뜨렸다. PMF를 찾은 것이다. 투자 없이 여기까지 왔다.

두 달 뒤, 지구 반대편에서 거의 같은 앱이 나왔다. UI가 비슷했고 핵심 기능도 같았다. 다른 건 하나였다. 그 팀 뒤에는 월 10억 규모의 광고 예산이 있었다.

세 달 뒤, 앱스토어 1위는 원조가 아니었다.

심사역으로 일하면서 이런 장면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좋은 제품을 먼저 만들고도, 자본이 붙은 카피어에게 시장을 뺏기는 팀. 그때마다 느낀 건 같다. 제품이 부족해서 진 게 아니었다.

바이브코딩이 만든 역설이 여기에 있다. 제품을 만드는 비용이 0에 수렴할수록, 제품 자체는 해자가 아니게 된다. 코드는 복제할 수 있다. 디자인도 복제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반응을 확인받는 순간, 복제까지 걸리는 시간은 몇 주다. 투자 없이 만들 수 있다는 건, 누구나 투자 없이 복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복제할 수 없는 건 속도와 규모다. 그리고 속도와 규모를 만드는 건 자본이다.

PMF를 찾은 팀이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건 실패가 아니다. 더 빠른 카피어다.

정확히 말하면, 카피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다. 카피에 자본이 붙는 순간이 무섭다. 비슷한 제품에 더 큰 광고 예산과 더 넓은 유통 채널이 결합되면, 먼저 만든 팀이 이기는 게 아니라 먼저 확장한 팀이 이긴다.

그리고 이제는 카피어가 옆집 스타트업만이 아니다. 대기업도 경쟁 상대가 됐다. 예전에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공수가 많이 들어서, 대기업이 작은 시장에 뛰어들 여력이 없었다. 바이브코딩이 그 공수를 없앴다. 대기업이 기존 유통망 위에 비슷한 제품을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스타트업이 PMF를 찾는 시간보다 짧아질 수 있다.

네이버가 검색을 발명하지 않았다. 쿠팡이 이커머스를 발명하지 않았다. 카카오가 메신저를 발명하지 않았다. 먼저 만든 팀은 따로 있었다. 이긴 팀은 더 빠르게 확장한 팀이었다.

그래서 자본은 욕심이 아니라 방어벽이다.

많은 창업자가 투자 유치를 "성장을 위한 연료"로 생각한다. 맞다. 그런데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자본은 연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벽이다. 내가 시장을 선점하는 동안 카피어가 따라오지 못하게 막는 구조물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기는 시대는 끝났다.

PMF를 찾은 날, 축하하기 전에 한 가지만 물어볼 것이 있다.
지금 이 순간,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같은 걸 만들고 있다면 — 그 사람보다 먼저 성벽을 쌓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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